"금융권 AI뺑뺑이 콜센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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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도 고혈압으로 만든다."
"어르신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업무처리를 할 수가 없다."
"폭발 직전의 상황에서야 상담사와 연결된다."
"금융감독원은 뭐 하고 있나."
본지의 '뺑뺑이 AI 콜센터' 기획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다. 금융소비자들의 인공지능(AI) 상담원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누적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9년 전후로 국내 주요 카드사와 은행들은 고객센터 상담에서 AI 상담원을 먼저 활용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AI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 상담원처럼 원활한 상담은커녕 문제 해결조차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AI 도입을 이유로 상담원 인력을 감축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은 인간 상담원 연결을 위해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디지털에 취약한 고령층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문제 해결을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상담원들 역시 AI 상담으로 허비한 시간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고객들의 전화를 받느라 고충을 겪고 있다.
물론 모든 산업에서 AI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AI로 인해 모두가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 개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이 문제에 대해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 지점이 줄어들고, 디지털 금융이 확산되면서 비대면 서비스 경쟁력이 금융사들에게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AI 상담 문제로 경쟁사로 이탈할 가능성도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성인 남녀(만 19~69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30대·40대의 절반 가까이는 AI 서비스가 불편해 금융회사를 다른 회사로 변경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금융사들이 AI를 고도화하고 있지만 금융소비자들은 여전히 인간 상담원을 더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 콜센터에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말(복수응답)에 '인간 상담원 상담까지 소요 시간 단축'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64.6%로 가장 많았다.
AI를 통한 비용 절감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역시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금감원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는 최근 이 문제가 이슈가 되자 고령 고객이 금융회사 콜센터를 이용할 때 AI 상담 외에도 인간 상담원과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고령 고객 외에도 모든 고객이 원활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금융사의 콜센터는 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영업지점과 달리 '뒤처리' 업무를 주로 해주는 곳인데다가 콜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소속 외 근로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센터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소통창구이자, 금융사 이미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간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금융사들은 금융소비자의 분노를 AI에 대한 시행착오로만 취급할 것이 아니라, 세심하게 들여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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