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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1000원 시대?…자영업자들 “자원봉사냐?” 볼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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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매업자, 구입 가격 이하로 주류 판매 가능” 안내
음식점 사장들 “물가 다 올랐는데 술값 어떻게 내리나”
대형마트 “원가보다 낮게 판매 가능한지 제조업체와 논의 중”
“구입 가격보다 싸게요? 우리가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어떻게 더 싸게 내줘요.” (서울 종로구 음식점 가게 사장 A씨)
정부의 주류 가격 할인 판매 방침이 시행됐지만 현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술집 등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주류 가격 경쟁을 부추긴다는 불만이 나오는 반면, 대형마트 측에선 소비자 유인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자영업자들은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술값 할인 압박까지 받아야 하냐고 토로했다.
개점 준비를 하고 있던 A(48)씨는 “요새 인건비, 전기세, 식자재 가격 다 올랐는데, 여기서 술값을 더 내리라는 거는 다 죽으라는 소리”라며
“다 비슷하게 팔고 있는데 누구 하나 낮춰서 팔겠나”라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소매업자들은 소주 1병에 1500원, 맥주 1병에 2000원에 사서 이보다 낮은 가격에도 팔 수 있게 됐지만,
지난 3일 헤럴드경제가 서울 시내 음식점들을 돌아본 결과 정부의 고시대로 술값을 할인 판매하는 음식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중구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는 B(54)씨는 “여기서 남는 건 음식보다는 술 장사”라며
“정부에서 가격을 잡아줄 생각은 안 하고 시장 교란돼도 괜찮으니 가격 경쟁하라고 유도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B씨는 “소주 1300~1500원에 사서 5000원에 판매하는데, 더 비싼 곳은 6000원도 받는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한국주류산업협회 등 주류 협회에서 유권해석 신청이 들어와서 낸 것이지 소매업체들이 구입가 이하로 판매하도록 권장한 것은 아니다”
라며 “가격 결정은 음식점 사장님의 권한이며 시장 자율에 맡긴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국세청 고시는 소매업자가 주류를 구입 가격 이하로 팔 수 없도록 규정했다.
술값을 싸게 판매하면서 발생한 손실액을 공급업자로부터 보전받는 식의 편법을 막으려는 목적이었다.
할인 허용 소식이 알려지자 대형마트에선 주류업체 및 도매업체와 할인 폭에 관해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원가 이하로 할인 판매가 가능한 것인지 부분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며
“고객 유치라던지 전체적인 기대효과 등도 따져보는 중이며 이에 대해 제조업체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정부의 방침에 대해 전문가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업체 간 자율적인 가격 경쟁을 통해 소비자 편의를 늘릴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에 영세 자영업자의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류 할인 판매에 찬성이지만,
경쟁력이 부족한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고물가 시대에 술값까지 할인 판매를 반강제적으로 하게 되면 경쟁력이 더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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